오늘날 내가 알고 있는 한, 모든 나라의 여성들에게는 참정권이 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제도적으로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불이익을 겪더라도 대부분 관습에 의해서이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그래도 남있는 그 관습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여자로서, 한때는 대한민국에 거주했던 사람으로서, 유교적 관념이 강하게 남아있는 가정에서 자람으로써 여성을 아직도 옭아매고 있는 굴레를 언듯언듯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허울 좋은 법의 이름하에 모른 척, 혹은 다른 나라들의 선진 사상이라는 이유로 머리로만 받아들이고 가슴 깊은 곳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름뿐인 양성평등이 오늘날에는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우리는 전통적인 '성'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인간이 동물의 한 종으로써 번식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인류의 존재에 해를 끼치지도,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도 않는다. 우리 인간들은 이제는 단순히 생식기의 모양만을 보고 여성성, 여성적으로 분류되는 성질들과 남성성, 남성으로서 분류되는 성질들을 부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더욱 진화한 것 역시도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로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을 오래전에 깨달았으면서 여성이 조신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잘못됬다고 비난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정관념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향적인, 호방한, 능청스러운 등의 남성성과 얌전한, 섬세한 등의 여성성이 가지는 음양 같은 대조적인 성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뜻한 색, 차가운 색 따위도 어쩌면 인간의 관념적인 생각인데, 이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성과 남성성을 단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끔 주변에서, 특히 남성분들이 LGBT분들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남자들은 어쩌면 게이가, 같은 남성을 좋아한다는 자체가 싫은 것보다도, 그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여성성, 그 외에 어쩌면 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여성성들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반들의 혐오에 일어난 강간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은 가해자들이 그들을 '여자애같이 군다. Sissy 하다.' 라고 비꼬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레즈비언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남성의 마음  속 깊이 들어찬 우월의식 속에 자신들의 특권이라 여겼던, 누군가는 '신'에게 부여받았다고 여기던 남성성을 여성이 가지려 하니 그 것 역시도 불편했던 모양새다.


 여성이라고 해서 이러한 비뚤어진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 역시도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다는 믿는 '섬세함', '민감함'등의 성격을 가진 이성을 대한다면 반감이 따라온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한다.


"어머, 너 왜 그렇게 행동해. 너 게이야?"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을 사랑하는 성질' 전통적으로는 여성의 성질로 여겨진 특성을 가진 남성들은 스스로를 포함하여 '게이'로 지칭한다. 하지만 남성으로 태어나 다른 종류의 여성성을 가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적취향까지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나는 현대 사람들이라면 여성성이든 남성성이든 물 속에 헤엄쳐다니는 물고기들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잡아올리 듯이, 그 유연한 성별의 호수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 그 성격이 전통적인 여성성이든 남성성이든, 본인이 생물학적 여성이든 남성이든...


 정리하자면,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게이와 레즈비언 혹은 다른 성소수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이 가진, 특권이라고 치부하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자연에게 선물 받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그들은 본인이 선택해서 가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 오히려 본인 보다 전세대에 태어나 발전이 더딘 사회에서 살던 사람이 만든 생각에 얽매여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유롭게 관념에 갇히지 않고 온전한 내 자신으로 성장하고 성별에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다른 인간을 만나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잘못되었는가.

Posted by RoseBunny(장미토끼) :